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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다문 순간부터 시작되는 공포, 영화 데드 사일런스 리뷰 공포영화를 보다 보면 피가 튀는 장면보다 이상하게 더 오래 남는 이미지가 있습니다.저에게는 그게 바로 말없이 앉아 있는 인형의 얼굴입니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분명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고, 눈은 고정되어 있는데도 내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오는 것 같은 그 기분이요. 데드 사일런스는 바로 그 찝찝한 감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입니다.제목 그대로 ‘죽은 침묵’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인데,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귀신이 튀어나와서가 아닙니다.이 영화는 목소리와 비명, 침묵과 조종이라는 아주 원초적인 공포를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처럼 도니 윌버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반가운 영화이기도 합니다.뉴키즈온더블럭 멤버로 알고 있던 그가 여기서는 꽤 날카롭고 까칠한 형사로 등장하는데, 그 모습.. 2026. 4. 13.
심야에 보고 나왔는데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든 영화, 살목지 "영화를 보고 나온뒤에도 막둥이 아들이 계속 말했다...엄마...지금 여기는 아직도 살목지예요." 막둥이 아들이랑 오랜만에 심야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집에 와서도 바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장면이 많아서라기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뭔가 설명되지 않은 찜찜함이 계속 남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포영화는 보고 나면 “놀랐다”, “재밌었다”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살목지는 조금 달랐습니다. 중간중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에 놀라 눈을 가렸다가도 타이밍을 자꾸 놓쳐서 정작 제일 무서운 얼굴이 나올 때마다 몇 번이나 제대로 마주쳐 버렸고, 막둥이도 처음에는 좀 지루한지 졸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화들짝 놀라더니 끝나고 나서는 “간만에 진짜 재밌는 영화였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비슷했습니다.. 2026. 4. 12.
영화 스펜서 : 왕세자비가 아니라 한 여자 다이애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 스펜서를 봤을 때 나는 이 영화가 전형적인 왕실 영화는 아니라는 걸 금방 느꼈다.화려한 드레스와 궁전, 크리스마스 연회와 왕실 규율이 나오는데도 이상하게 이 영화는 우아한 전기가 아니라 숨 막히는 심리극에 더 가까웠다.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일이 이렇게까지 무섭게 느껴지지?” 할 수도 있다.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점이 너무 잘 맞는다고 느꼈다.다이애나비의 삶은 겉으로는 동화 같았지만, 실제로는 늘 누군가의 시선과 규칙, 체면 속에서 조금씩 부서져 가는 시간이었으니까.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한 다이애나는 그래서 더 예쁘게만 보이지 않는다.불안하고, 예민하고, 외롭고, 자꾸만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이다.그 얼굴을 보다 보면 “왕세자비”보다 먼저 “한 여자”가 보인다.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누군.. 2026. 4. 11.
싱글맨 리뷰 : 콜린 퍼스의 얼굴만 보려다 마음까지 텅 비어버린 영화 스포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꽤 단순한 마음이었다.그냥 콜린 퍼스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보고 들어간 셈이었다.그 특유의 단정한 얼굴, 절제된 말투, 품위 있는 분위기.나에게 콜린 퍼스는 늘 믿고 보는 배우였고, 이 영화에서도 역시 너무 멋있었다.그런데 《싱글맨》은 멋있다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다 설명이 안 되는 영화였다.의외의 스토리라 조금 놀라기도 했고, 화려한 사건이 있는 영화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래 남았다.무슨 큰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조용하게 무너뜨릴 수 있구나 싶었다. 콜린 퍼스를 보는 즐거움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상실의 얼굴을 보게 된다영화 속 조지는 겉으로 보면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다.깔끔한 정장, 흐트러짐 없는 태.. 2026. 4. 10.
위대한 쇼맨 리뷰 - 화려한 쇼를 보고 왔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이 먼저 울고 있었다 뮤지컬 영화는 늘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갑자기 노래가 시작되면 감정이 끊기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현실감이 깨진다고 느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위대한 쇼맨은 그런 내 생각을 아주 단번에 바꿔버린 영화였다.이 영화는 단순히 화려해서 좋았던 게 아니다.눈이 즐거운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남은 건 사람의 마음이었다.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싶었던 마음.그 마음들이 노래가 되는 순간마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한 쇼 비즈니스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처음 바넘이 어린 시절 체리티를 만나던 장면부터 좋았다.가난한 아이와 부유한 집안의 딸이라는 너무 뻔한 대비인데도, 그 익숙한 설정이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오히려 그 시절 .. 2026. 4. 9.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리뷰 - 오래된 로맨스 영화가 아직도 마음을 흔드는 이유 가끔은 요즘 영화보다 오래된 영화가 더 크게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화면은 지금보다 덜 화려하고, 전개는 조금 느리고, 감정 표현도 훨씬 조심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영화들이 더 오래 간다.휴 그랜트 주연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도 그랬다.처음에는 그냥 가볍고 귀여운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면 웃음만 남는 영화가 아니다.이 영화는 사랑이 타이밍과 망설임, 우정과 상실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아주 부드럽고도 씁쓸하게 보여준다.찰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처럼 보인다.우유부단하고, 말은 많은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늘 약간 늦는다.그런데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멋지게 사랑을 쟁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헤매는 사.. 2026.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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