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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14

심야에 보고 나왔는데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든 영화, 살목지 "영화를 보고 나온뒤에도 막둥이 아들이 계속 말했다...엄마...지금 여기는 아직도 살목지예요." 막둥이 아들이랑 오랜만에 심야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집에 와서도 바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장면이 많아서라기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뭔가 설명되지 않은 찜찜함이 계속 남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포영화는 보고 나면 “놀랐다”, “재밌었다”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살목지는 조금 달랐습니다. 중간중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에 놀라 눈을 가렸다가도 타이밍을 자꾸 놓쳐서 정작 제일 무서운 얼굴이 나올 때마다 몇 번이나 제대로 마주쳐 버렸고, 막둥이도 처음에는 좀 지루한지 졸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화들짝 놀라더니 끝나고 나서는 “간만에 진짜 재밌는 영화였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비슷했습니다.. 2026. 4. 12.
영화 스펜서 : 왕세자비가 아니라 한 여자 다이애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 스펜서를 봤을 때 나는 이 영화가 전형적인 왕실 영화는 아니라는 걸 금방 느꼈다.화려한 드레스와 궁전, 크리스마스 연회와 왕실 규율이 나오는데도 이상하게 이 영화는 우아한 전기가 아니라 숨 막히는 심리극에 더 가까웠다.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일이 이렇게까지 무섭게 느껴지지?” 할 수도 있다.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점이 너무 잘 맞는다고 느꼈다.다이애나비의 삶은 겉으로는 동화 같았지만, 실제로는 늘 누군가의 시선과 규칙, 체면 속에서 조금씩 부서져 가는 시간이었으니까.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한 다이애나는 그래서 더 예쁘게만 보이지 않는다.불안하고, 예민하고, 외롭고, 자꾸만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이다.그 얼굴을 보다 보면 “왕세자비”보다 먼저 “한 여자”가 보인다.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누군.. 2026. 4. 11.
위대한 쇼맨 리뷰 - 화려한 쇼를 보고 왔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이 먼저 울고 있었다 뮤지컬 영화는 늘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갑자기 노래가 시작되면 감정이 끊기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현실감이 깨진다고 느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위대한 쇼맨은 그런 내 생각을 아주 단번에 바꿔버린 영화였다.이 영화는 단순히 화려해서 좋았던 게 아니다.눈이 즐거운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남은 건 사람의 마음이었다.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싶었던 마음.그 마음들이 노래가 되는 순간마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한 쇼 비즈니스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처음 바넘이 어린 시절 체리티를 만나던 장면부터 좋았다.가난한 아이와 부유한 집안의 딸이라는 너무 뻔한 대비인데도, 그 익숙한 설정이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오히려 그 시절 .. 2026. 4. 9.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리뷰 - 오래된 로맨스 영화가 아직도 마음을 흔드는 이유 가끔은 요즘 영화보다 오래된 영화가 더 크게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화면은 지금보다 덜 화려하고, 전개는 조금 느리고, 감정 표현도 훨씬 조심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영화들이 더 오래 간다.휴 그랜트 주연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도 그랬다.처음에는 그냥 가볍고 귀여운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면 웃음만 남는 영화가 아니다.이 영화는 사랑이 타이밍과 망설임, 우정과 상실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아주 부드럽고도 씁쓸하게 보여준다.찰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처럼 보인다.우유부단하고, 말은 많은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늘 약간 늦는다.그런데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멋지게 사랑을 쟁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헤매는 사.. 2026. 4. 8.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리뷰-사랑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불안한 사람을 끝까지 선택하는 일 사랑을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사랑이 시작된 뒤에도 그 관계를 믿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를 보면서 그 생각을 다시 했어요. 첫 번째 영화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영화는 그다음 단계로 갑니다. 사랑을 얻은 뒤에도 사람은 왜 이렇게 불안할까. 왜 행복한 순간에도 스스로 망칠 상상을 먼저 하게 될까. 브리짓은 여전히 허둥대고, 여전히 질투하고, 여전히 실수투성이인데, 그래서 더 사랑스럽습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너무 인간적이라서요.게다가 저는 이 시리즈에서 콜린 퍼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조금 이상해집니다. 무뚝뚝하고, 말수 적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가장 진심인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브리짓이 왜 그렇.. 2026. 4. 7.
파묘 리뷰|무서움보다 더 깊게 남은 건, 땅 아래 숨겨진 것들과 우리가 외면해온 역사였다 저는 원래 귀신이 무섭다기보다,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더 무서운 사람입니다.밤길보다도 오래된 산길이 더 꺼림칙하고, 폐가보다도 관리되지 않은 묘지 근처를 지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래 묻혀 있던 무언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 파묘를 볼 때도 처음엔 단순한 오컬트 공포를 기대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남은 감정은 공포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귀신 이야기이면서도 풍수와 무속, 조상의 죄, 그리고 결국엔 우리가 밟고 사는 땅의 역사까지 끌고 들어옵니다. 무섭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자주 “이 이야기를 여기까지 밀고 온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빛과 그림자로 시작하는 영화, 살아 있는 자.. 2026.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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